세상을 향한 한발짝

by 다락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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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울적한 요즈음

나는 가면을 좋아합니다.
가면은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내 얼굴의 결점을 말끔히 가려주니까요.
그리고 새하얀 가면에는 내가 원하는 어떤 그림이라도 그릴 수가 있어서,
진짜 나는 아름다움도 귀여움도 사랑스러움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가면을 쓰면 나는 얼마든지 사랑스런 미인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가면을 싫어합니다.
한번 가면을 쓰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가면이 나의 모든 것이라 착각해 버려요.
내가 엄청나게 기쁜 일이 있어서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어도,
내가 엄청나게 슬픈 일이 있어서 온 얼굴이 흠뻑 젖도록 울고 있어도,
사람들은 내 가면 위에 그려진 사랑스러운 미소 외엔 보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손에 가면을 들고 고민합니다.
가면을 쓰지 않기에 나는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이고,
가면을 쓰기에 나는 가면의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여성리더십'이라는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강사님은 30대 후반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직장 생활도 경험해 보신 분이십니다.
때문에 실제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실 때가 많습니다.
지난 주에는 모 기업의 상무와 과장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강사님의 의도는 '훌륭한 리더는 이런 식으로 인재를 키운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보기에 강사님이 말씀해주신 예는 '인재양성'이라는 단어로 '지연'과 '인맥관리'와 '줄서기'를 미화한 것 같았습니다.
문득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중간에 잘리지 않으려면 나도 저런 식으로 선을 대 가면서 살아야 하는건가?
결국 우리나라는 사교성 많고 요령 잘 피우고 눈치 좋은 사람이 승리하는 사회인거야?
내가 대체 왜 지금 여기 앉아서 이런 짓을 하고 있지?

대학이라는 곳은 자신을 넓히고 학식과 견문을 쌓는 곳이리라 생각했습니다.
대학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방황하는 이유는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찾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로 허망합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10년, 20년, 30년 나이차이가 나는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합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공적 성격을 띈 모임이 최소 3개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토익 토플쯤은 기본이고 거기다 자신있는 외국어 하나정도 더 있으면 좋다고 합니다.
기업은 대학을 오로지 자신들이 데려다 쓰고 싶은 인간을 양산해내는 공장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점 수요자인 그들은 수많은 무한경쟁시장의 공급자인 대학생들을 제 입맛대로 골라갑니다.
심지어 대학생들조차 대학을 노동시장에 나가기 전에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교과과정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적을 낮게 주는 교수를 나는 취업했는데 왜 내 발목을 잡느냐고, 교수라는 인간이 현실을 모르고 융통성이 없다고 비난합니다.
이게 지금 내가 속해 있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현실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방법이 있지요. 취업하지 않으면 되지요.
취업하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내 보잘것 없는 목숨을 이어나갈까요?
고시? 또다른 무한경쟁입니다. 거기다 공기업과 공무원 또한 경쟁추세로 가고 있는 지금 취업과 별 다를 것도 없어보입니다.
교사? 지금 제가 서 있는 길과는 매우 다릅니다. 다시 수능을 준비해야 하겠네요.
내가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 서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속감도 안정감도 없이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까닭없이 울고 싶어집니다.
by 다락방지기 | 2007/11/23 22:37 | 혼잣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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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음.. at 2007/11/23 22:41
왜 두려워하는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무얼 두려워하세요?
현실이란 것이 싫은 것인지, 그렇다면 님이 바꾸고 싶나요? 어떻게?
아니면 경쟁체제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가요? 왜요?
Commented by 다락방지기 at 2007/12/02 16:39
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글을 달아야 할 듯한 기분..
경쟁체제로 들어가는 것이 싫어요. 어차피 한세상이고(...)좋아하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살아가기도 짧은 삶인데, 살기 위해서 싸워야만 하는 세상이라면 슬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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