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정말이지 올해 당첨운이 너무 좋습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1, 2권을 전부 받았어요. 이글루스 운영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1권을 받았을 때가 한창 시험기간이라 펼 엄두를 못 내고 ㅇ<-< 미루다가 2권을 받아서 '시험 끝나고 읽어야지!!' 하고 또 미루고 있다가 정작 시험 끝나고 나서는 왠지모르게 온 몸에 힘이 쪽 빠져서 책이랑 담을 쌓고 있었습니다. 한 이틀 지나고 웹서핑에 질려갈 때쯤 이 책을 다시 떠올리고 찾아들었는데, 정말이지 이런 책을 얼마만에 만나는건지 모르겠어요!!! 도무지 손에서 떼질 못하겠더라고요.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두 권을 훌훌훌 독파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에 또다시 멍~ 해져서 며칠 손 놓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간신히 포스팅할 정신을 차렸지요.
역순행적 구조로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분들을 좋아합니다. 전체적인 플롯이 탄탄히 짜여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구조이기도 하고, 가장 스릴넘치게 이야기를 엮어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다만 너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소설이 시작되기 때문에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이전에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측면이 크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사소한 불만을 얘기하자면, 쓸데없이 글자크기가 크고 줄간격이 넓습니다. 가히 청소년용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까 싶은 편집방식이에요. 조금 줄여서 약간 두껍게 한 권으로 낼 수도 있었을 것을 출판사가 괜히 두 권으로 만드느라 이런 것 같습니다. 이런 얄팍한 속임수 엄청 싫어하는데 말이지요. 무엇보다 종이 낭비고 자원 낭비예요. 뭔가 허해보여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눈동자가 꽤나 책장 위에서 방황했습니다.
소설 자체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분께서는 정말로 얼마나 많은 이상과 구인회 회원들의 작품을 조사하고 그럴듯한 실마리를 만들어내려 노력하셔야 했을까요. 그 작품들이 이렇듯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모습은 정말로 소설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장치입니다. 「다빈치 코드」에서 '최후의 만찬'이 그러했듯이요. 특히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메밀꽃 필 무렵'과 '향수'를 끼워넣은 건 정말 그럴듯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향수가 내가 아는 그 향수 맞지? 대체 그 평범한 시 어디에 비밀 키워드가 숨어있다는 거야??' 라며 읽었는데 정말 그럴듯하더군요.
소설 홍보용 띠지에는 '「다빈치코드」를 능가하는 한국형 역사 미스터리'라고 소개되어있습니다만, 저는 「다빈치코드」보다는 움베르토 에코에 이 소설을 비유하고 싶습니다. 어떤 한 이슈를 중심으로 기존과는 다른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더니 사실은 그게 진실이더라, 하는 이야기는 「푸코의 진자」와 유사하고, 미로 속에서 목적지를 찾아 헤메는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과 유사하지 않은가요? 뭐 「푸코의 진자」는 처음부터 성당기사단을 주제로 만든 이야기였지만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이상의 생애에 관해 얘기하다가 이토 히로부미 음모설로 이야기가 옮아왔다는 점 정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매우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 소설을 통해서 이상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알았습니다. 그가 천재 건축가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하긴 그의 대표작인 '오감도'는 건축 설계도 형식 중 하나인 조감도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설명 정도야 언어영역 공부하면서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건축가였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따와서 제목으로 삼은 거였군요. 1층과 3층을 잇는 계단이 있는 건물은 픽션상의 건물인지 실제 존재하는지. 실제로 있는 건물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네요.
아무튼 읽는 보람이 가득한 소설이었고, 보람 운운하기 이전에 읽고 싶은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었습니다. 너무 헐리우드 액션영화풍의 기승전결이라 읽는 내내 '우리나라 영화계는 이런 스토리라인 탄탄한 소설 놔두고 왜 일본만화 가지고 지분거리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왠걸, 날개부분의 소개글에 영화화되었다는 언급이 있네요. 반드시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과연 그 미로를 어떻게 담아냈을지 기대가 되네요.
간단하게 마무리하자면, 이제서야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게 억울할 정도로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소설 읽으셨으면 좋겠고, 작가분께도 이런 충실하고 흡입력 있는 소설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이만큼이나 훌륭한 소설 많이 써주셔서 독자를 즐겁게 해주신다면 더욱 고마울 거예요.
그럼 오랜만의 포스팅 마치고 저는 이제 '시사 IN'을 읽으러 갑니다. 밀린 포스팅 해치우자~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